학교 화장실 세면대에 서서 손을 씻으니, 바로 옆에서 들려왔던 시끄러운 응원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왔다. 현장 속에 있을 땐 이렇게 시끄러운지 몰랐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로만 따지면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소리였다. 저 소란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단 이대로 교실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솔의 달리기는 빠른 편이라 본의 아니게 체육대회에 출전하...
솔은 한준휘와 강솔A가 사이좋게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서지호에게로 눈을 돌렸다. 서지호도 역시나 한준휘와 강솔A를 보고 있었다. 아마 곧 한준휘와 강솔A가 나누는 대화가 순조롭지 못하게 맥이 끊기는 발언을 한 뒤, 솔B를 대화에 끌어들일 것이었다. “강솔 너도 그렇지 않아?”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간 지 벌써 몇 주째였다. 처음엔 서지호가 바라는 ...
하루종일 우중충한 장마 기간에 우산을 들고 오지 않는 멍청이는 없을 거라고, 지호는 생각했다. 우산을 2개 들고 오는 바보는 있어도... 지호는 우산 2개를 들고 교실을 나섰다. 어제 오후에 비가 오지 않아서 우산을 학교에 두고 갔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올 것 같은 기분에 학교에 둔 우산을 까먹고 우산을 챙겨 나왔다. 그 덕에 지금 지호의 우산은 2개...
열이 오르게 上과 이어집니다. 읽고 와주세요!! https://posty.pe/azs7yj 솔의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전자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솔이 지호의 입술을 찾았다. 솔이 지호에게로 몸을 붙여와서, 지호가 저도 모르게 솔의 허리춤을 끌어안았다. 지호의 머리칼을 헤집던 솔의 손이, 또 다시 지호의 귀를 매만졌다. 솔의 손길이 귀...
강솔은 휴대폰 화면에 띄워진 문자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로스쿨 3학기의 성적이 공개되었으니 솔의 엄마도 성적을 확인했을 터였다. 로스쿨에 오기 전까지 1등이 당연했던 강솔에게, 1등이 아닌 강솔은 강솔 본인조차 낯설었다. 작년에 벌어졌던 많은 일 때문에 성적이 좀 떨어졌던 걸 생각한다면 3학기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꽤나 오른 성적이었지만 강솔의...
한밤중의 한국대 운동장은 대체로 고요했지만, 청춘들의 여름밤엔 어쩔 수 없이 소란스러워질 때가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 마음까지 홀가분한, 한 낮의 후덥지근한 열기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여름밤에, 한준휘가 이끄는 스터디의 멤버들은 운동장에 맥주 몇 캔과 과자 몇 봉지를 두고 모여 앉아있었다. 캔을 맞부딪히는 탓에 둔탁한 소리만이 났지만, 입에서...
틔터에 썰 풀듯 가볍게 썼어요 각잡고 써보려 했는데 도저히 각이 안나와서ㅠㅠㅠ 이렇게 올립니다. [발단] 새해니까 다 같이 해돋이 보러 가고 싶다고 가볍게 던진 잔디 말에 헬기 준비하려는 준표. 겨우 뜯어말리고 등산 준비한 잔디. [등산] 선두에서 애들 격려하면서 올라가는 우빈. '아 내가 헬기 타자고 했잖아!!!' 하고 성질내는 준표. '이러고 올라가야 ...
공기 중 습기가 서서히 줄어들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왔다. 햇살은 어느새 부드러워졌고, 나무이파리의 찬란하던 초록빛은 슬슬 바래져 갔다. 이정은 뚜렷한 가을의 징조가 보일 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이름이 가을이어서는. 실내에서 나와 바깥의 공기를 느끼는 순간부터 이정은 오직 단 한 사람의 생각을 하며 걸었다. 계절 때문에 어쩔 수 없...
문이 열렸다면 이정이 안에 있을 터였는데도 작업실은 조용했다. 가을은 자신의 발소리만 들리는 것이 신경 쓰여 잠깐 입구에 선 채로 작업실 안을 둘러보았다. 조용한 분위기에 걸맞게 가을이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 곧 작업실 안쪽까지 발을 옮겼다. 작업실 가장 깊숙한 곳, 보통은 도자기들이 놓여있던 넓은 책상엔 도자기 대신 종이 뭉치들이 가득 널려있었다. 가을...
이정의 손이 가을의 손을 살살 문질렀다. 엄지손가락으로 가을의 손바닥을 쓸어내리는데, 어쩐지 은밀한 느낌에 가을의 손이 움츠러들었다. 이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을의 손가락을 기억에 새기려는 듯 하나씩 더듬다가, 가을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두르게 하곤 가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곧 이정의 입술이 가을의 입에서 벗어나 목덜미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 계속되는...
(上) “내가 널…” 불현듯 한마디를 꺼낸 이정은 문장을 마무리하지 않고 곧 자리를 떴다. 이정의 그 한마디를 들은 사람은 가을밖에 없는지, 다들 자리를 비운 이정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밖에는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이정은 현관에서 신발을 대충 신더니 문을 열고 나갔다.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여서 그런지 다들 기분 좋게 취한 상태였다....
다행히 수시에 합격한 가을은, 대학에 연연하지 않고 상쾌한 기분으로 첫 20살을 맞이할 수 있었다. 가을과 잔디와 같은 반 친구들은 20살의 첫날이 되자마자 점찍어놓았던 술집으로 들어갔다. 앞에 놓인 초록색 병과 갈색 병을 보니, 좀 취한 것 같으면 그만 마시라던 이정의 충고는 점점 잊혀졌다. 잔디는 술이 약했다. 가을이 비교적 정신을 제대로 붙잡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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